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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 계획 없이 걸었던 두 시간

2014년 6월, 오사카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루를 시작하며

같이 지내던 형이 그날 아침에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간다고 했습니다. 저는 놀이공원에 별로 마음이 안 가서, 그럼 나는 고베나 가봐야겠다 하고 전철을 탔습니다.

그게 계획의 전부였습니다.

그때는 걷는 걸 좋아했습니다. 아침에 운동하고,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멀쩡했어요. 오사카도 교토도 유명한 데는 웬만큼 다녔는데, 정작 기억에 남는 건 관광지가 아니었습니다. 그 나라 사람들이 사는 동네, 퇴근길 상가 거리, 이름도 모르는 골목 저는 그런 게 보고 싶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언덕 위, 이름 모를 동네

고베에 내려서 무작정 언덕 쪽으로 올라갔습니다. 관광지 표시를 따라간 게 아니라, 그냥 높은 데가 있길래 올라간 거였어요.

작은 가게인지 남의 집인지도 모르겠는 건물이 있었습니다. 문에는 CLOSE라고 적혀 있었고, 화분이 잔뜩 놓여 있었어요. 누가 매일 물을 주는 집이구나 싶었습니다.

내려오는 길. 붉은 벽돌 골목 사이로 멀리 시내 건물들이 보였습니다. 이런 게 보고 싶어서 온 거였습니다.

해가 기울면서 가게에 불이 하나씩 켜지기 시작했습니다.

편의점 음료수 하나 들고

언덕을 한참 내려오니 목이 말랐습니다. 편의점에 들러 음료수를 하나 사들고 나와 걷는데, 횡단보도 건너편에 건물이 하나 보였어요.

“와, 이건 진짜 예쁘다.”

혼잣말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건넜습니다.

건물 하나가 통째로 유럽 골목처럼 생겼더군요. 가까이 가보니 상가 건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안쪽 거리로 퇴근한 회사원들이 지나다니고 있었어요.

관광객은 저뿐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들 하루를 끝내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고, 저만 그 사이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죠.

큰길가에 신사가 하나 있었습니다. 빌딩 사이에 이런 게 그냥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상가 거리를 따라

아케이드 상가로 들어갔습니다. 천장이 덮여 있어서 밖이 어두워지는 걸 몰랐어요.

걷다가 이런 계단도 만났습니다. 여기가 어디였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타워

계속 걷다 보니 멀리 물가에 타워가 보였습니다. 그때는 강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바다였더군요. 고베는 항구 도시였습니다.

물에 불빛이 그대로 비쳤습니다. 한참 서서 봤습니다.

그날의 기록

사진에 찍힌 시간을 보니 여섯 시 십 분에 언덕에서 시작해서, 여덟 시 조금 전에 항구에 도착했더군요. 두 시간을 걸은 셈입니다.

지도도 안 보고, 어디를 가야겠다는 것도 없이, 그냥 예뻐 보이는 쪽으로 계속 걸었습니다.

그때는 그게 힘든 줄도 몰랐습니다.

지금은 그렇게 못 걷습니다. 그래서 이 사진들을 다시 꺼내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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